12월28일 금요일 새벽잠에 깨어보니
창밖에 눈이 엄청와 있고 또 펑펑 내리고 있다
골목눈을 치우고 또 치우고
땀을 엄청 솓았는데도 계속내리는 눈으로
별 소용이 없었다
오후 2시나 넘어서야 눈이 그치고
쓸어낸 골목 바닥도 좀 녹아내린다
모처럼 내린 눈인데 남산설경을 보지 않을수가 있나
산악회 벙개가 있나 찾아보니
없기에
혼자 아이잰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
거의 매일 만나는 망월사 이건만
온통 하얀 세상인 오늘은 또 새롭다.
삼불사 위 금오봉 들머리 신호대 잎이
눈송이들로 힘겹게 버틴다
아 - !
가슴이 탁 트인다
눈위에 쓰는 겨울시
류시화
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
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쓰고
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
대고 시를 쓴다지만
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
시를 쓴다.
흔적도 없이 사라질
나의 시
스틱을 모델삼아 셔터를 누르는데 감산에게서
산에가자고 전화가 왔다
선방골 부처님곁에 기다릴테니 빨리 오라고 했다
함박눈 시- 한승수
하늘 위에서
하얀 날갯짓으로
잿빛 거리 위에 함박눈 내린다.
무거운 빗방울로 떨어질 것을
저리도 순결한 결정으로 만들어
모든 이의 기쁨이 되게 하는
겨울이란 얼마나 값진 것인가.
이 겨울에
가난한 이들의 땀과
상심한 이들의 눈물도
모두 빛나는 함박눈이 되었으면.
가볍게 흩날리다
하얗게 쏟아져 내려
온 세상 함께 행복해졌으면
내 가슴에 내리는 눈
송현(시인)
당신을 만나던 그날
아름다운 도시에 눈이 왔다.
어떤 언약도 하지 않고
눈 위에 발자국을 찍고
마냥 눈발로 흩날리면서
서로의 상처를 위무했다.
어느 새 우리는
눈사람이 되었다.
꿈 같은 순간들
상처로 남은 발자국들
돌아와 혼자 마주하는
불면의 밤은 깊어지고
나는 폭설이 되어
아름다운 당신이 잠든 세상 위에
하염없이 쏟아지며
어릿광대처럼 춤을 추었다.
눈오는 보불로가 참 아름답더이다
임진년의 마지막 날입니다
이렇게 한 해를 보내면서 - - -
인연이 함께 했던 아름다운 사람들
복 많이 받으시고
계사년 새해에는
올해에 못다했던 꿈 모두 이루어지소서
-죽전 -
또 기다리는 편지
저무는 저녁 해를 바라보다
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네
날 저문 하늘 아무리 보아도
별들은 보이지 않고
잠이 든 세상에 새벽 달 하나
아무도 없는 거리에 떠올라
어둔 바닷가 저무는 섬 하나
떠올리다 울고 말았네
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로 가서
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
오늘도 그댈 사랑함보다
기다림이 행복하여라
모두들 잠이 든 고요한
새벽 그보다 깊은 섬 기슭에 앉아
오늘 하루도 그댈 사랑함보다
기다림이 행복하여라
*정호승 시집 <서울의 예수> 중
'등산(남산 문화재)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지저분한 금오정 (0) | 2024.07.20 |
---|---|
서남산 문화재 등반 코스안내 (4) | 2024.07.20 |
동남산에서 용장골로 - (0) | 2024.07.20 |
금오봉에 우뚝 솟은 연화대 (0) | 2024.07.20 |
남산의 참꽃(진달래)길 구경하세요 (0) | 2024.07.15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