등산(남산 문화재)

남산에 내린 함박눈(2012.12.28)

죽전일지 2024. 7. 20. 14:27

12월28일 금요일 새벽잠에 깨어보니

창밖에 눈이 엄청와 있고 또 펑펑 내리고 있다

 

골목눈을 치우고 또 치우고

땀을 엄청 솓았는데도 계속내리는 눈으로

별 소용이 없었다

 

오후 2시나 넘어서야 눈이 그치고

쓸어낸 골목 바닥도 좀 녹아내린다

 

모처럼 내린 눈인데 남산설경을 보지 않을수가 있나

산악회 벙개가 있나 찾아보니

없기에

혼자 아이잰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

 

 

 

 

거의 매일 만나는 망월사 이건만

온통 하얀 세상인 오늘은 또 새롭다.

 

 

 

삼불사 위 금오봉 들머리 신호대 잎이

눈송이들로 힘겹게 버틴다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아 - !

가슴이 탁 트인다

 

눈위에 쓰는 겨울시

류시화

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
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쓰고

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
대고 시를 쓴다지만

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
시를 쓴다.

흔적도 없이 사라질
나의 시

 

 

 

 

 

스틱을 모델삼아 셔터를 누르는데 감산에게서

산에가자고 전화가 왔다

선방골 부처님곁에 기다릴테니 빨리 오라고 했다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함박눈     시- 한승수

하늘 위에서
하얀 날갯짓으로 
잿빛 거리 위에  함박눈 내린다.

무거운 빗방울로 떨어질 것을
저리도 순결한 결정으로 만들어
모든 이의 기쁨이 되게 하는
겨울이란 얼마나 값진 것인가.

이 겨울에
가난한 이들의 땀과
상심한 이들의 눈물도 
모두 빛나는 함박눈이 되었으면.   

가볍게 흩날리다
하얗게 쏟아져 내려
온 세상 함께 행복해졌으면

 

내 가슴에 내리는 눈

 

 

송현(시인)

 

 

 

당신을 만나던 그날

아름다운 도시에 눈이 왔다.

 

어떤 언약도 하지 않고

눈 위에 발자국을 찍고

마냥 눈발로 흩날리면서

서로의 상처를 위무했다.

 

어느 새 우리는

눈사람이 되었다.

 

꿈 같은 순간들

상처로 남은 발자국들

돌아와 혼자 마주하는

불면의 밤은 깊어지고

나는 폭설이 되어

아름다운 당신이 잠든 세상 위에

하염없이 쏟아지며

어릿광대처럼 춤을 추었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눈오는 보불로가 참 아름답더이다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임진년의 마지막 날입니다

이렇게 한 해를 보내면서 - - -

 

인연이 함께 했던 아름다운 사람들

복 많이 받으시고

계사년 새해에는

올해에 못다했던 꿈 모두 이루어지소서

 -죽전 -

 

또 기다리는 편지

저무는 저녁 해를 바라보다
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네


날 저문 하늘 아무리 보아도
별들은 보이지 않고
잠이 든 세상에 새벽 달 하나
아무도 없는 거리에 떠올라
어둔 바닷가 저무는 섬 하나
떠올리다 울고 말았네

 
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로 가서
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
오늘도 그댈 사랑함보다
기다림이 행복하여라

 
모두들 잠이 든 고요한
새벽 그보다 깊은 섬 기슭에 앉아
오늘 하루도 그댈 사랑함보다
기다림이 행복하여라

*정호승 시집 <서울의 예수> 중